올해 수업을 구상하면서 꼭 제대로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이었다.
18-19년에 중학교에 있을 때에는 '이걸 왜 하는 거지?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미는 거니까 일단 해보기는 한다만...' 이라는 마인드로 형식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주고 알아서들 읽고 독서록 작성하라는 식으로 했었다.(그마저도 19년도에는 안 했음 ^^;;;)
20년부터 24년까지 고등학교에 있을 때에는 해마다 달라졌었는데,
우선 20년에는 1학년 인문계, 상업계 국어를 담당했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해볼 수가 없었다.(시간 단위로 달라지던 정책... ㅎㅎㅎ) 최대한 비대면,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수행 위주로 구성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으로 21년에는 1학년 농업계 국어와 3학년 인문계 심화국어와 고전 수업을 했었는데, 농업계 아이들과 책을 한 권 읽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생략했었고 3학년 인문계 아이들과는 수능특강을 열심히 풀고자 노력했었다.(당시 내 수업을 듣던 4~50명 중 수능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1명도 없었지만, 다른 고3들은 이런 걸 하니 너네도 경험은 해보라는 마음으로 시켰었는데, 그 결과 '심한국어'라는 별칭을 얻을 수 있었다 ㅎㅎㅎ)
22년에는 3학년 담임을 하면서 3학년 인문계 언어와 매체와 3학년 계열 상관없이 선택해서 수강한 고교 학점제 논술을 담당했었는데, 언어와 매체시간에는 문법 지식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ㅠㅠ 논술 시간은 나도 첫 담당이었고, 입시에 지친 내가 수업을 좀 쉽게 쉽게 가고 싶었던 시간인지라 간단한 글 쓰기 위주로 했었다.-책 읽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은 마음... ㅠㅠ- 더불어 농업계와 상업계 3학년이 들어오는 수업에 책 읽고 글 쓰기를 강요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는 변명 ㅎㅎㅎ
23년과 24년에는 1학년 인문계 국어를 담당했었는데, 이 때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변칙으로 진행했었다. 일명 발췌독 하기 - 고1 국어는 종합 선물세트라 전달해야할 내용이 많다는 핑계로-를 했다. 1) 조를 뽑고 2) 조별로 책을 고르고 3) 그 책에서 읽고 싶은 챕터를 고른 다음 4) 해당 챕터를 읽고 5)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한 다음 6) 그 질문을 바탕으로 조별 토의를 하고 7) 토의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학종 생기부를 그럴듯하게 꾸며주면서, 동시에 책 읽기에 대한 부담은 줄이고,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도서관 활용수업을 어쨌건 했다는 스스로의 마음의 위안을 위한 수업구성이었다.(근데 쓰고 보니 이 수업 나름 괜찮은데?)
[+ 24년에 고교학점제 3학년 논술을 다시 담당했으나, 특성화 학급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신청한 과목인지라 역시나 즐겁게 즐겁게 가자는 마음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빼버렸다.]
아무튼 다시 중학교로 돌아가게 되고, 고등학교에 5년 있으면서 '중학교 때 독서 습관이 형성되었고 경험이 탄탄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했기에 이번에는 좀 정석적인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한 한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때마침 티처빌에서 연수를 했길래 그걸 듣고 수업을 '따라하기'로 했다.
요건 내가 들은 연수
http://ssam.teacherville.co.kr/ssam/contents/22157.edu
국어과 한학기한권읽기 수업사례 (중학교)
해당 콘텐츠는 240802진행된 국어과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사례(중학교) 연수의 녹화본입니다. 연수 원본은 2시간 40분 정도의 분량 이었으나 연수 중반부에 학생들 수행평가 자료 중에서 개인
ssam.teacherville.co.kr
요게 바로 연수 해주신 선생님의 블로그. 내가 참고한 수업의 진행 방법과 학습지가 올라와있다.
(학습지도 그대로 따라했으므로, 궁금하시면 요기 들어가서 받으시면 된다.)
https://blog.naver.com/darak_stj/223370524417
비상(김) 중학교 국어 3-2 학습지 공유
블로그에 가득가득 주저리주저리 일기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청하시는 자료는 많은데 물리적 시간이...
blog.naver.com
암튼 그래서 나도 연수를 잘 따라서 수업을 구상했다.
연수 내용 중, '책 추천서 쓰기' 활동을 3학년 아이들과 하기로 했다. 연수에서 제시한 활동지의 수업 운영은 6차시 구성이었지만 나는 총 8차시로 일단 구상 했었다.
1차시: 모둠 만들고 책 고르기
2차시~5차시: 책 읽기
6차시: 모둠 토의하기
7차시~8차시: 책 추천서 쓰기
수업 진행 과정에서 구상과 달라진 점은 두 가지였다.
1) 아이들의 책 읽는 속도가 느려 책 읽기 시간을 더 주어 8차시가 9차시가 되었다. 즉 읽기에만 5차시를 활용했다.
2) 또한 책 읽는 속도를 맞춰주기 위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만 3주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중간 중간 '설득 전략' 수업을 추가해서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해 주려고 노력하였다.
이번에 내가 아이들과 읽은 책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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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회도 살인사건 | 윤혜숙 - 교보문고
계회도 살인사건 | ‘계회도’를 그린 후 의문의 죽임을 당한 아버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려는 진수, 계회도와 아버지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은? 3년 전 왕의 어진을 그릴 어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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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 권석 - 교보문고
스피드 | 더 빠르고 싶어. 제일 빠르고 싶어. 유쾌하게 슬픔을 가로지르는 성장소설 구체적 성장 서사와 안정된 문장, 캐릭터가 톡톡 살아 숨 쉬는 권석의 첫 장편소설!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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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라이브 | 조규미 - 교보문고
첫사랑 라이브 | 커플 축제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 함께 손잡고 걸을 수 있을까 봄바람처럼 찾아온 첫사랑 이야기청소년들의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 『첫사랑 라이브』가 창비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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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 추정경 - 교보문고
벙커 |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가 추정경이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해 쓴 가장 따뜻한 성장소설자꾸만 번져나가는 아픔의 고리를 끊는 단 하나의 방이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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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 황영미 - 교보문고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내가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관계의 피로함에 지친 모두를 위한 이야기, 드디어 '전체 공개'문학동네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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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이로아 - 교보문고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그 생생함은, 그 슬픔은, 그 구체성은 나를 뒤흔들었다. 왝왝이는 누구인가? 그곳은 어디인가?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을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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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종의 책을 준비했다.
각각의 책을 선정한 이유는 내가 읽었을 때, 읽기 쉬웠고 나름 흥미로웠던 점을 고려했었다.
조금 더 의미있는 고전이나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책들을 다룰 수도 있었겠지만,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재미있어 하지 않았.... ㅠㅠㅠ)
막상 진행을 해보니 문제가 있었던 것이 책의 난이도와 분량이 들쭉 날쭉했던 점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고를 줄 알았으나, 하기 싫은 책 읽기를 거기다가 더 싫은 수행평가로 하고 더더 싫은 국어 선생이 시키니 '울며 겨자 먹기'인 이 활동을 최대한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고,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도전적인 책 보다는 최대한 쉬운 책들 위주로 골라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회도 살인 사건'과 '스피드'를 아이들이 읽기 어려워했다. 단어나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3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
'벙커'와 '체리새우'는 중간 정도 난이도를 보였던 것 같은데, 역시나 분량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없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군말 없이 쉽게 쉽게 읽은 책은 '첫사랑 라이브'와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였는데, 아무래도 분량이 적은 책이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내년에도 이 도서들을 활용하게 된다면 '첫사랑 라이브'와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1학년이나 2학년에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
정말이지 책 읽히기 너무 어려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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